“신에게는 12척의 배가 남아있사옵니다(今臣戰船 尙有十二).”이순신 장군이 명량 해전을 앞두고 선조에게 보내는 장계에 쓴 내용이다. 육군에 합세하라는 어명에 항변하는 내용이었는데, 선조가 이런 어명을 내리게 된 것은 원균이 칠전량 해전에서 참패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바다가 없으면 살 수 없는 나라다. 자원난과 경제구조상 대외무역에 기댈 수밖에 없다. 만약 해상교통로가 3주 이상 단절된다면 수입이 끊겨 기본적인 생필품마저 부족해지기에 바다는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 해군이 북한만을 주시하는 연안 해군을 넘어서 대양 해군이 되기 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형 구축함을 건조하기 위한 사업의 사업계획이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발의됐으나 사업계획 자체가 보류되는 일이 벌어졌다. 그 이유는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성능이 너무 높아 시간과 예산이 상상 이상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와 사업 안이 보류된 것이다.
세종대왕급 구축함의 엄청난 유지비를 줄이기 위해서 계획된 이 구축함에는 통합형 마스트를 탑재한다. 통합형 마스트란, 구축함이 가지고 있는 여러 종류의 레이더 체계를 하나로 만든 뒤 전자파를 차단하기 위한 구조물을 만들어 그 안에 집어넣는 체계다.
아군의 위치를 어렵게 만들기 위해 개발된 이 레이더는 발생하는 주파수의 파형을 불규칙하게 변화시키는 저 탐지 기술이 적용되며, 탐지할 때 발생하는 출력을 최소한으로 줄여준다. 우리나라는 안타깝게도 북한과 휴전 중이며 독도와 이어도에서 일본과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에 휘말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구축함 건조 계획이 보류된 데에 반해 주변국의 상황은 다르게 흘러간다. 일본은 미국과 함께 최첨단의 항모 전단을 꾸리기 위한 계획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은 F-35 탑재 항모와 이즈모급 헬기 항모 건조를 계획 중이며, 탄도미사일 방어능력을 가진 이지스함을 더욱더 보강하고 있다.
이에 중국은 일본에 자극받아 무섭게 추격하고 있다. 아시아 최강자인 일본의 해상자위대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최강의 미국 해군을 그 대상으로 삼고 있다. 중국의 해군은 현재의 원해 해군을 넘어 대양 해군으로 발전한다는 전략을 세워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과연 중국답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중국은 우리의 서해를 자신들의 영해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경 124도는 백령도 인근인데, 이 인근에 자신들이 그어놓은 경계선을 우리나라에게 넘어오지 말 것을 중국에 방문한 최윤희 해군참모총장에게 요구하였는데, 이 일만 놓고 본다면 현재 우리가 처한 강대국 사이의 대외적 위치가 안타깝게도 '겨우 이 정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일본과 중국에게 영유권 분쟁을 강요당하고 있는 동안 우리나라의 주요 전력의 일부는 북한 해군과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있으며 항시 대기 중이다. 게다가 한국 최초의 함대인 세종대왕급 구축함은 국가 간의 대응 외에도, 생도들의 교육과 아덴만 여명작전과 같은 여러 작전을 수행하고 그 밖의 군사훈련에도 사용된다.
북한과의 대응 속에서 일본과 중국에 따라가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가기 위한 계획을 만드는 일조차 타국의 방해를 받을 것이고 실행하기 위한 막대한 비용을 감당할 방법이 사실.. 없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따라가진 못하더라도 견제할 수 있는 정도의 해군력을 보유하는 것이 우리가 지금 내놓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답이다.
우리 해군은 현재 큰 규모의 작전이나 전투를 위한 완성된 2개의 기동전단이 있으며, 3개의 전단을 보유하려고 노력 중이다. 대양 해군으로 가기 위한 시작일 뿐이지만, 어떤 위치의 어떤 위협을 상대하게 될지 미리 예측하고 순조롭게 함대를 늘려나간다면 대양 해군으로 가는 일은 꿈으로만 끝나진 않을 것이다.
비군사적 위협을 수시로 일삼는 중국과 대양 해군으로의 발돋움을 위한 여론을 형성 중인 일본. 그리고 군사적인 도발을 일삼았던 북한, 그 어떤 위협 속에서도 우리는 꿋꿋하게 주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동전단을 늘려 전력을 보강하고, 해-공군 작전사령부를 증설하여 우리의 주변을 항상 밝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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